(사진출처: Amazon UK)
만약 당신이 HBO의 장편 시리즈 <왕좌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SF 판타지 소설과 영화를 좋아한다면, 우주의 머나먼 다른 행성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끌린다면,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봐야 할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바로 미국의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의 SF 판타지 장편 소설 <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듄>이다.
이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하고,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아 완성되었으며, 202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특히 평소 크리스토퍼 놀란과 자주 협업하던 한스 짐머가 원작 소설 <듄>의 열렬한 팬이어서, 당시 놀란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일화도 화제가 되었다.
거장의 손에서 되살아난 ‘듄’- 드니 빌뇌브의 비전
빌뇌브는 원작 소설이 다루는 권력, 종교, 환경, 인간의 본성을 현대 사회의 맥락에 맞게 잘 풀어냈다. 특히 ‘스파이스’라는 자원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이를 통해 그려지는 인간의 탐욕과 불확실한 미래를 묘사하는 방식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연결된다. 그는 이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주제를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밀접하게 연결시켰다.
그 연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시각적인 요소이다. 그는 사막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뤘다. 거대한 모래폭풍,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드넓은 하늘, 거대한 전투 장면 등은 모두 그가 추구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미니멀한 비주얼을 강조하는 요소다. 빌뇌브는 과도한 CG 사용보다는 자연광과 사실적인 세트를 중요시하며, 현실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는 영화의 템포를 매우 신중하게 조절했다. 듄: 파트1은 인물들의 배경과 이야기를 차근차근 쌓아가며 긴장감을 높여 가는데, 전개가 빠르지는 않지만 그 끝에서 확실히 핵심 주제와 인물들의 운명을 드러내며 관객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서사가 천천히 진행되면서 관객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되고, 점진적으로 정보를 풀어나가며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과 원작을 아는 사람도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한스 짐머와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 빌뇌브는 음악을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영화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그의 웅장하고, 때로는 미스터리한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며, 비주얼과 함께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운드 디자인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장면마다 음악과 소리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파트 1: 사막으로 떠나는 첫걸음

<듄: 파트 1>은 머나 먼 미래의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아라키스는 우주에서 가장 비싸고 신비한 물질인 ‘스파이스’라는 중요한 자원이 생산되는 곳으로, 여러 종족들이 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는 갈등의 중심지이다.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티모시 샬라메)’는 귀족 가문인 아트레이드 가의 후계자로, 그의 가문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아라키스로 이주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트레이드 가문은 그들 이전에 아라키스를 지배하던 하코넨 가문의 음모에 의해 몰살당한다. 혼란 속에서 폴은 어머니 ‘제시카 아트레이드(레베카 퍼거슨)’와 함께 도망치던 중, 아라키스의 원주민 부족인 ‘프레멘(Fremen)’ 무리와 만나게 된다. 그들 가운데 폴의 꿈 속에 자주 등장하던 여성인 ‘채니(젠데이아 콜먼)’를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
폴은 프레멘과 함께 지내면서 점차 아라키스의 비밀과 자신의 운명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폴의 능력과 예언적인 힘은 점점 중요해지고, 그는 사막의 진정한 힘과 마주하게 된다.
<듄: 파트 1>은 액션보다 설정과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느림’ 속에 상징, 복선, 은유가 빼곡히 숨어 있어 두 번, 세 번 다시 보면 새로운 디테일들이 보인다. 빛과 어둠, 사막의 소리, 침묵의 연출 등은 모두 드니 빌뇌브 감독의 감각적인 세계 구축 방식을 잘 보여준다.
파트 2: 전설의 탄생

<듄: 파트 2>는 폴 아트레이드가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는 여정을 그린다. 파트 1이 세계관의 기반과 인물들의 시작점이었다면, 파트 2는 그 모든 갈등이 급격하게 확장되며 폭발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폴은 프레멘과 함께 사막 깊숙히 들어가 새로운 공동체, 문화, 믿음을 체험하고 점차 그들의 일원이 되어간다. 동시에 자신에게 드리운 예언과 전설의 그림자는 더욱 뚜렷해지고,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정과 선택의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보다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테마로 확장되며, 각 세력 간의 충돌은 더욱 치열해진다. 특히 권력을 둘러싼 전쟁과,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갈등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폴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사람들의 신념을 움직이는 존재로 변화해간다.
<듄: 파트 2>는 더 큰 스케일의 전투와 강렬한 드라마를 통해, 폴의 여정을 통해 운명, 권력,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액션, 감정, 비주얼, 음악까지 모든 면에서 더욱 웅장해진 이 영화는, 파트 1에서 뿌려졌던 씨앗들이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왜 <듄>은 특별한가 – 그 매혹의 요소들

<듄>이 특별한 이유, 그 핵심은 영상미와 사운드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 등 젊은 세대 배우들의 출연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드니 빌뇌브의 미니멀하면서도 거대한 감각적 연출, 그리고 이에 완벽하게 어우러진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영화에 특별함을 더한다.
드니 빌뇌브는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그는 과도한 설명 없이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도 인물의 감정과 세계의 크기를 전달하는 연출을 택한다. 예를 들어, 사막의 거대한 풍경, 모래 폭풍, 그리고 샌드웜(Sandworm)의 등장 장면은 대사 없이도 압도적인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전해준다. 광활함과 침묵을 조합한 장면 연출은 관객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그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런 시각적 감각은 한스 짐머의 사운드와 완벽하게 맞물린다. 익숙한 멜로디 대신 이질적이고 낯선 사운드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음악은, 마치 이 세계가 정말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감을 부여한다. 한스 짐머는 북아프리카, 중동, 몽골 등 다양한 문화의 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듄>만의 고유한 음향 세계를 창조해냈다. 드럼의 진동, 목소리의 왜곡, 현악기의 긴장감 있는 운용은, 화면을 보지 않고도 정서와 이야기의 흐름을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듄>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영화이다. 어떤 장면은 한 폭의 그림 같고, 어떤 음악은 주술처럼 관객의 심리에 스며든다.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은 영화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아라키스라는 세계에 진짜로 도착한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어디에서 볼 수 있는가
현재 한국에서 영화 <듄: 파트 1>과 <듄: 파트 2>를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제한적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상영 기간이 종료되어 더 이상 시청이 불가능하며, 웨이브와 애플 TV에서는 단품 구매 또는 대여 형식으로, 쿠팡플레이에서는 이용권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듄> 시리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한스 짐머의 독창적인 사운드 트랙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아직 <듄>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최고의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 아라키스의 사막에서 펼쳐지는 폴 아트레이드의 여정에 함께하며, 그 속에 담김 철학과 메시지를 찾아보고 느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