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씨네플레이)
왜 지금, 다시 베놈을 봐야 할까요?
2024년,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가 개봉하며 시리즈는 조용히 마지막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끝났어도, 왠지 마음속엔 아직 베놈이 머물고 있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무섭고도 익살스럽고, 파괴적이면서도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이 존재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자아였는지도 모릅니다.
〈베놈: 라스트 댄스〉를 끝으로, 소니 마블 유니버스(SUMC)를 대표해온 베놈은 3부작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비록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스파이더맨과의 깊은 연결, 그리고 독자적인 이야기 전개를 통해 ‘가장 인간적인 괴물’이라는 타이틀을 그 누구보다 묵직하게 지켜낸 캐릭터였습니다.
영화화의 배경 — 베놈은 왜 MCU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베놈은 1984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블랙 슈트’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 블랙 슈트는 《마블 슈퍼히어로즈 시크릿 워즈》 스토리라인에서 외계 기원(심비오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피터 파커가 이를 거부하면서 심비오트는 새로운 숙주를 찾게 됩니다. 이때 복수심에 불탄 실직한 기자 에디 브록과 결합해 1988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00에서 본격적으로 베놈으로 등장했죠. 베놈은 처음엔 명백한 빌런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반영웅으로 변화하며 독립적인 서사를 쌓아갔습니다.
2000년대 초, 마블은 재정난을 겪으며 스파이더맨의 영화 판권을 소니에 넘겼고, 이후 소니는 독자적으로 스파이더맨 관련 캐릭터들을 다루는 독립 유니버스(SUMC, Sony’s Universe of Marvel Characters)를 구축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놈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별도로 다뤄지게 되죠.
2007년 《스파이더맨 3》에서 토퍼 그레이스가 연기한 베놈으로 첫 실사화되었지만 팬들의 아쉬움을 샀고, 결국 2018년, 톰 하디가 주연을 맡은 단독 영화 《베놈》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영화별 정주행 가이드
《베놈》 (2018) – 공존의 시작
- 작품: 《베놈》
- 감독: 루벤 플라이셔
- 세계관: SUMC (소니 유니버스 오브 마블 캐릭터)
- 글로벌 흥행: 약 8억 5천만 달러
- IMDb 평점: ★6.6
줄거리 요약
샌프란시스코의 탐사보도 기자 에디 브록은 거대 기업 ‘라이프 재단’의 불법 인체 실험을 폭로하려다 하루아침에 직장도, 연인 앤 웨잉도 잃게 됩니다.
몰락한 에디는 재단의 실험실에 몰래 잠입했다가 외계 기생체 ‘심비오트 ‘베놈’과 결합하게 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통제력을 잃어가기 시작하죠.
처음에는 베놈의 야만성과 폭력성에 끌려가지만, 점차 서로의 결핍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 두 존재는 상호 존중 속에 공존을 모색합니다.
에디는 베놈과 함께 심비오트 종족의 정복자 ‘라이엇’과 그의 숙주인 드레이크 박사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투에 나섭니다.
결국, 둘은 ‘괴물’이 아닌 ‘팀’이 되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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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포인트
- 에디와 베놈의 첫 심리적 교감
- 앤 웨잉의 ‘쉬 베놈(She-Venom)’화 장면
- 라이엇과의 클라이맥스 전투
특징
- 괴물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리 드라마.
- 액션보다 인물 간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한 반영웅 서사의 시작점.
쿠키 영상 – 카니지의 복선
- 장면 요약: 에디가 교도소에서 클리터스 캐서디를 만나며, 그가 “내가 나가면 피바람이 불 거야”라고 말해 속편 빌런을 암시.
해석 포인트
- 카니지 등장 예고
- 시리즈의 연속성과 확장 가능성 제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2021) – 분열과 재결합
- 작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 감독: 앤디 서키스
- 세계관: SUMC
- 글로벌 흥행: 약 5억 달러
- IMDb 평점: ★5.9
줄거리 요약
베놈과 에디는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가며 투닥대는 일상을 이어가지만, 음식 취향부터 인간성과 본능 사이의 간극까지 지속적인 갈등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감 중인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가 에디의 혈액에서 베놈의 일부를 흡수하면서 극도로 폭력적인 심비오트 ‘카니지’로 각성합니다.
캐서디는 초음파 능력을 가진 연인 슈리크와 함께 감옥을 탈출하고, 혼란에 빠진 도시에서 결혼식이라는 명분으로 베놈과 에디를 처형하려 하죠.
에디와 베놈은 일시적으로 결별하지만, 진정한 유대와 팀워크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재결합합니다.
결전의 무대는 고딕 양식의 폐교회. 피와 본능, 분노가 뒤섞인 전투 끝에 카니지와 슈리크는 제거되고, 에디와 베놈은 다시 떠나는 길을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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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포인트
- 카니지의 탄생 시퀀스
- 베놈과 에디의 ‘이별 후 재결합’ 장면
- 고딕 교회에서의 카니지 최종 전투
특징
- 공포, 유머, 액션을 뒤섞은 혼종 장르 실험작.
- 브로맨스의 강화와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김.
쿠키 영상 – MCU와의 멀티버스 연결
- 장면 요약: 베놈과 에디가 다른 차원으로 전이되고, TV에서 MCU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뉴스가 재생된다.
해석 포인트
- SUMC ↔ MCU 연결성 직접 언급
- 스파이더맨과의 교차 가능성 강화
《베놈: 라스트 댄스》 (2024) – 희생과 이별
- 작품: 《베놈: 라스트 댄스》
- 감독: 켈리 마르셀
- 세계관: SUMC
- 글로벌 흥행: 약 4억 7,890만 달러
- IMDb 평점: ★6.0
줄거리 요약
정부의 추적 속에 도망자로 살아가던 에디와 베놈은 자신들이 과거 심비오트 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벗기 위해 멕시코에서 몸을 숨깁니다. 이 과정에서 심비오트의 창조주인 ‘널(Knull)’과 그의 하수인 ‘제노페이지(Xenophages)’가 등장합니다. 널은 코덱스를 회수해 감옥에서 벗어나려 하며, 에디와 베놈은 이를 막으려 합니다.
에디는 과거 패트릭 멀리건과의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베놈은 그 고통을 함께 나눕니다. 제노페이지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베놈은 점차 자신의 이성을 잃어가지만, 에디는 그동안의 기억과 감정의 파편을 통해 베놈을 다시 일깨웁니다.
최종 결전은 위성 기지에서 벌어지며, 베놈은 코덱스를 파괴하고 널의 부활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에디는 살아남지만, 그에게는 베놈의 잔상과 그들의 마지막 유대만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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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포인트
- 널과 제노페이지의 비주얼 세계관
- 기억 속 에디와 베놈의 정서적 대화
- 베놈의 희생과 마지막 이별
특징
- 시리즈 중 가장 감정적이고 내면적인 마무리
- ‘괴물의 이별’을 통해 베놈의 인간성을 완성한 피날레
쿠키 영상 – 새로운 베놈의 가능성
- 장면 요약: 영화의 미드 크레딧 장면에서는 널(Knull)이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의 위협을 암시합니다. 이어 포스트 크레딧 장면에서는 멕시코의 51구역 잔해 속에서 검은 바퀴벌레가 깨진 유리병 근처를 기어다니고, 베놈 심비오트의 일부 조직 샘플이 남아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는 베놈의 일부가 여전히 존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함을 보여줍니다.
해석 포인트
- 새로운 숙주나 복제 가능성
- 향후 마일스 모랄레스, SSU와 MCU의 연결 가능성
- 베놈의 소멸은 끝이 아님을 암시
시리즈 핵심 주제와 캐릭터 성장 요약
3부작 주제 흐름 요약
- 1편: 공포와 충돌 —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
- 2편: 갈등과 유대 — 충돌을 넘어선 신뢰
- 3편: 희생과 이별 — 괴물이 아닌 존재로서의 마지막 선택
캐릭터 성장선
- 에디 브록: 외부를 향한 분노에서, 내부를 지키는 희생의 사람으로 성장
- 베놈: 인간성의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처음으로 타인을 위해 사라지는 존재가 됨
- 앤 웨잉: 처음엔 주변 인물이었지만, 결국 감정을 이끄는 도덕적 나침반 역할 수행
논란 포인트 – 엇갈린 관객 반응
긍정적 평가
- 《베놈: 라스트 댄스》는 시리즈 중 가장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베놈의 희생과 에디와의 마지막 이별은 단순한 액션 결말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드라마로 받아들여졌습니다.
- 일부 팬들은 “결말의 불완전함조차 베놈이라는 경계적 존재와 닮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 관계의 균열, 내면의 화해, 그리고 정체성의 통합이라는 서사를 통해 시리즈를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는 반응도 존재합니다.
“베놈은 항상 외따로 존재했던 캐릭터였기에, 화려한 결말보다 조용한 사라짐이 더 진실됐다”는 감상도 공유되었습니다.
부정적 반응
- 클라이맥스 이후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고 정서적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되었습니다.
- 메인 빌런 ‘콜렉티브’는 시리즈의 결말을 장식하기엔 개성이나 위협 면에서 약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특히 쿠키 영상은 MCU와의 연결을 암시했지만, 실제 확장성이나 구체적 설명이 없어 혼란만 남겼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 일부 관객은 “여운을 남기기 위한 여백이라기보다는, 설계 부족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 톰 하디의 헌신과 목소리
- 배우 톰 하디는 《베놈》 시리즈 전편에서 에디 브록과 베놈의 1인 2역을 소화했으며, 2편부터는 각본 작업과 프로듀서로도 참여해 작품의 핵심 제작자로 자리했습니다.
- 그는 베놈의 목소리 연기를 직접 담당했으며, 두 캐릭터 간 대사를 별도로 녹음하여 내면의 갈등을 물리적으로 구현했습니다.
- “에디는 나고, 베놈은 내 그림자 같은 존재예요. 두 캐릭터를 따로 연기하고, 다시 하나로 연결할 때 가장 몰입할 수 있었어요.” — 톰 하디, Esquire UK 인터뷰 (2021)
- 하디는 이 시리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적 여정이었다”며, 단순히 괴물 액션이 아니라 ‘자기 수용의 서사’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괴물이 남긴 말: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하나다.”
이 문장은 단순히 외계 생명체의 대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지닌 이질감과 외로움에 대한 깊은 공감을 담고 있습니다.
괴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존재.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함께해 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자신이기도 했던 친구.
그는 괴물이었고, 동시에 우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베놈과 함께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