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파묘’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낸다는 사전적인 의미로 업계 관계자만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흥행한 뒤로는 과거의 행적을 캐내거나 과거의 일이 새롭게 드러난다는 의미로 확장되어 이제는 뉴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영화 ‘파묘’의 흥행 성적과 숨겨진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컬트는 안 된다던 편견에 보란듯이 ‘천만 돌파’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이 무속신앙 영화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요. 24년 2월 22일에 개봉해 총 1,19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오컬트 장르 최초 천만 영화가 되었습니다.
청룡영화제, 백상예술대상 등에서도 각종 상을 휩쓸고, 마동석 주연 ‘범죄도시4’ 매출 1,101억 원보다 더 많은 1,152억 원을 기록하며 2024년 최고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흥행은 이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한국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24년 첫 천만 영화 탄생🔥
— SHOWBOX (@showboxmovie) March 23, 2024
"파묘가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기록을 끊었다"
파묘와 함께 해주신 모든 관객 여러분
딱 보니 파묘에 중독된 팜바람입니다😽#파묘 #절찬상영중 #장재현감독 #미스터리 #오컬트#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김재철 #김민준 #김병오 #김지안#김태준 #정윤하… pic.twitter.com/SyC2aFlos7
‘파묘’ 속 항일 코드, 어느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나?
(출처:20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장면. 파묘 포스터
장 감독은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천안 독립기념관을 둘러보다가 우리나라를 위해 고생한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오열했다”며 “‘반일’이 아닌 우리나라에 집중했다. 상처가 곪아 터졌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파묘하고 싶었다. 과거의 아픈 상처와 트라우마, 두려움을 뽑아버리고 싶었다.”고 말하며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항일 코어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안에는 감독이 숨긴 디테일들이 많았고, 관객들은 복선을 찾기 위해 N차 관람을 하며 영화를 즐겼습니다.
주인공 이름부터 차량 번호판까지 항일 메시지 곳곳에
주인공 이화림(김고은), 윤봉길(이도현), 김상덕(최민식), 고영근(유해진) 모두 독립운동가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윤봉길은 유명한 독립운동가이기에 영화 내내 ‘봉길’로만 불리다가 ‘도깨비 놀이’에서 봉길을 ‘윤서방’이라고 지칭하며 전체 이름이 윤봉길임을 넌지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차량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인물들의 차량 번호가 1945, 0815, 0301로 각각 광복절과 삼일절을 나타낸다는 사실도 금방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친일파 후손 힌트, 어디에 숨겨 놨을까?
친일파 후손 박지용이 서울시청 앞에 있는 더 플라자 호텔에서 조부 영혼에 빙의가 되어 일본의 아시아 침략 합리화 정치 구호인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연설할 때 창 밖으로 경복궁 대신 조선총독부가 보이는데요, 이를 통해 친일파 집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관객은 영화 초반 박지용 집안을 ‘밑도 끝도 없는 부자’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친일파의 후손임을 눈치 채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명대사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박지용이 빙의 됐을 때 언급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메시지는 이 영화의 내용과 형식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내용적으로는 목이 잘린 일본 장수의 몸에 칼을 박고 목을 꿰매 인간 쇠말뚝을 만들어 한반도의 척추에 첩장까지 하며 조선의 기운을 막으려 했던 일본과 친일파를 나타냅니다.
형식적으로는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첩장을 발견하고 일본 요괴 오니가 등장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컬트로 시작한 영화가 크리처 장르로 바뀌어 항일로 끝나는 것이 어색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이었습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확실히 끊어진 두 개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장재현 감독은 차기작으로 뱀파이어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 관심을 모았습니다.